사선으로 교차하기

MAPO LAYERS 2025

신진 작가 x 비평가 1:1 매칭 프로젝트 전

|전시명|

《사선으로 교차하기》

|작가|

김그림, 김서영, 류은미, 박정호, 오혜정, 이민영, 이시현, 최서은, 최은호


|기획, 비평|

김은율, 손민영, 이상민, 이송희, 강우영, 박수연, 박제니, 전다희, 한유진 서문: 전다희

|기간|

2025. 8. 7(목) – 2025. 8. 30(토)

|장소|

온수공간 1, 2, 3F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74)

서문 - 전다희

사선으로 교차하기》는 감각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보다 감각이 어떻게 나뉘고 배치되는가, 분할의 메커니즘 자체를 전면에 둔다. ‘지연’은 이해를 방해하는 장벽이 아니라, 감각의 질서가 작동하는 방식을 드러내는 증상이자 방법이다. 작품은 감각의 장을 수평과 수직의 축으로 횡단하며,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의 경계가 어떻게 설정·변형·교란되는지를 노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과적인 의미가 아니라, 감각이 분할되고 다시 배치되는 과정 그 자체다.

  감성의 분할은 단지 감각 기관의 차원이 아니라, 무엇이 보이고 들리며 말해질 수 있는가를 미리 배치하는 질서다. 이 질서는 대체로 두 축에서 작동한다. 첫째, 수평의 축은 장면과 사물, 몸과 장소, 과거–현재–미래의 흐름과 병치를 조직하는 차원으로, 무엇이 어디에 놓이고 어떤 리듬으로 이어질지를 정한다. 이는 가시(청)/비가시(청)를 가르는 영역이다. 둘째로, 수직의 축은 누가 말할 수 있고 누가 침묵해야 하는지, 어느 몸이 전면에 드러나고 어느 몸이 배후로 밀려나는지와 같은 위계와 권한의 배분을 결정한다. 예컨대 시선의 우선권과 발화권, 시공간의 소유를 정하는 영역이다. 이에 따르면 감각은 개인의 기호나 즉흥이 아니라, 이 수평적 분포와 수직적 위계의 교차점에서 작동한다. 예술의 정치성은 이 틀을 외부에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도·간격·리듬·재료 같은 실천적 장치를 통해 수평의 흐름을 재배열하고 수직의 위계를 비틀어 감각의 지도를 미세하게 변화시킨다는 의미다. 흐름을 늦추고, 겹치고, 때로는 어긋나게 하는 예술 실천이 바로 감성의 분할에 개입하는 미학의 작동 방식이다.

  예술의 정치성은 특정 메시지의 선언이 아니라, 이 조건들을 다르게 배치하여 감각 가능한 것의 지도를 미세하게 바꾸는 데서 발생한다. 본 전시는 수평적 흐름과 수직적 개입을 교차시켜, 감각의 분할이 어떻게 작동하고 흔들리는지를 체감 가능한 형태로 제시한다. 다시 말해, 관람자는 분할이 만들어지고 흔들리는 순간을 겪는 증인이 된다. 9인의 작가들은 각자의 언어로 내면의 기억, 정서, 감각 등 지각되지 않았던 감각의 틈을 제안한다. 이때 관람자는 이 틈에서 머뭇거리며 감각을 재조합하고 익숙한 감각 질서로부터 벗어난 사유의 가능성과 마주하게 된다.

  류은미는 음성 파형·빛의 리듬을 병치해 비언어적 정동의 분포를 가시화하고, 김서영은 관점의 유동성으로 인지의 프레임을 비껴가게 한다. 김그림은 모호한 덩어리의 겹침·번짐으로 의미의 결착을 유예한다. 최은호는 부착과 제거의 공정, 과정 이미지의 병치를 통해 해석을 지연시키며, 결과 대신 배치의 규칙을 드러낸다. 최서은은 과잉 이미지의 수집·변형을 통해 신화와 우화적 서사를 만들고 숨은 감각 질서를 소환한다. 이시현은 자연의 불규칙한 장면과 관계들을 기록하고, 붓질과 감각하는 몸의 개입을 반복함으로써 머뭇거리는 감각의 리듬을 구체화한다. 이민영은 동일 형상의 시점 분할과 재료 변주로 분할 메커니즘을 전면화한다. 오혜정은 제스처와 조도·동선을 교차시켜 풍경을 수행적 사건으로 만들고, 박정호는 기성품 캐스팅과 석고 물성의 교차로 상품과 예술의 위계를 재배치한다. 이들 아홉 작가는 수평의 흐름과 수직의 개입을 교차시켜 감각의 분할선을 대각으로 가로지르는 전시의 리듬을 구성하고 있다.

 《사선으로 교차하기》는 이처럼 두 축의 횡단과 교차를 통해 감상을 목표 지향적 단계로 조직하지 않고, 머묾–유예–분절의 리듬으로 재배치한다. 전시는 결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감각을 가르는 규칙과 그 변위를 드러내며, 랑시에르가 지적한 바의 감성 재분할을 지연의 배치 속에서 실험한다. 이 때의 정치성은 설명되지 않고 작동한다—보임과 들림의 질서가 달라지는 미세한 지연들 속에서. 

  마지막으로, 《사선으로 교차하기》는 감각의 결과를 확증하기보다 지연의 배치가 드러내는 작동을 끝까지 따라가도록 요청한다. 관람자의 경험과 해석은 결론으로 수렴하지 않고, 분할의 규칙과 그 과정을 인식하는 차원에 머무를 수 있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하나의 의미가 아니라, 재배열된 감각의 지형이고, 오늘과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감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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